밤이 깊어질수록 산은 조용해진다. 낮 동안 바람에 흔들리던 나뭇잎 소리도, 멀리서 들려오던 새 울음도 하나씩 가라앉고, 어느 순간 귀가 먹먹해질 만큼의 고요가 찾아온다. 도시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종류의 어둠이다. 가로등도, 간판도, 지나가는 차의 헤드라이트도 없는 어둠. 처음에는 그 어둠이 낯설어 눈을 몇 번이고 깜빡이게 된다.
그러다 눈이 조금씩 익숙해지면,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 산 능선 위로 달이 천천히 떠오른다. 손전등 하나 켜지 않아도 발밑의 돌길이 희미하게 보일 만큼, 달빛은 생각보다 훨씬 밝고 또렷하다. 도시의 빛에 가려 잊고 있었던 것들이다. 달이 원래 이렇게 밝은 것이었는지, 새삼스럽게 놀라게 된다.

나무집 안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은 달빛과 잘 어울린다. 차갑지 않고, 그렇다고 강하지도 않은 빛. 바깥의 어둠과 싸우는 대신 그 어둠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빛이다. 돌담 위로 은은하게 번지는 그 불빛을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이 어디쯤 흐르고 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워진다. 밤 열 시인지, 자정인지, 그것이 딱히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몸이 먼저 알아챈다.
이 시간대에 바깥에 잠깐 나와 서 있으면 귀가 달라진다. 무언가를 들으려 애쓰지 않아도, 소리들이 스스로 찾아온다. 바람이 산 어딘가를 지나는 소리. 나뭇가지 하나가 가볍게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그 사이의 침묵. 도시에서 '조용하다'고 느꼈던 순간들과는 결이 다른 고요다. 배경 소음이 없는 진짜 침묵 속에서는, 오히려 아주 작은 소리들이 또렷하게 들린다.
달이 중천에 가까워질수록 산 실루엣이 선명해진다. 능선의 굴곡이 하늘과 맞닿는 경계선처럼 보인다. 그 선 아래, 나무집의 불빛이 작고 따뜻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거대한 산과 밤하늘 사이에서 그 불빛은 작지만 흔들리지 않는다. 바라보다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가라앉는다. 무언가를 해결하거나 정리하려는 마음이 아니라, 그냥 이대로 잠시 있어도 괜찮겠다는 마음.
밤바람이 차가워지면 다시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문을 닫으면 바깥의 어둠이 한 겹 멀어지지만, 달빛은 창문 너머로 여전히 들어온다. 이불을 덮고 누우면, 천장 한쪽이 희미하게 밝다. 커튼을 치지 않은 창으로 달이 기울어가는 것을 느끼며, 그렇게 잠이 든다. 알람도, 내일 일정도, 잠시 먼 곳에 두고.
스테이 배내에서의 시간은, 오래도록 마음속에 머무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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