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공기가 아직 차갑게 남아 있을 무렵, 마당 한켠에 강아지 한 마리가 조용히 앉아 있었습니다.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그저 풀밭 위에 몸을 낮추고, 바람이 지나가는 방향을 천천히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생각했습니다. 쉰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요.

임실의 자연은 큰 목소리로 말하지 않습니다. 높은 산이 갑자기 솟아오르거나, 폭포가 쏟아지는 풍경이 아닙니다. 대신 낮은 구릉이 부드럽게 이어지고, 작은 연못이 하늘을 고요히 담아냅니다. 마른 풀과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빛이 비스듬히 내려앉는 오후, 이곳의 풍경은 무언가를 증명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냥 그 자리에 있을 뿐입니다.

스테이 배내 주변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발걸음이 저절로 느려집니다. 흙길이 언덕을 타고 완만하게 굽어지는 곳에서는, 봄꽃이 피기 시작한 나무들이 길 양쪽으로 조용히 서 있습니다. 꽃잎 하나가 바람에 떨어지는 것을 보기 위해 멈추게 되는 길. 서울에서는 그냥 지나쳤을 장면들이 여기서는 오래 눈에 머뭅니다.

강아지는 이런 느림을 본능적으로 압니다. 냄새를 맡기 위해 한 자리에서 한참을 머물고,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면 귀를 세우고 기다립니다. 결과를 향해 달려가지 않습니다. 그 순간 자체가 목적인 것처럼 움직입니다. 함께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 리듬을 따라가게 됩니다. 이것이 자연 속 쉼이 가르쳐주는 방식인지도 모릅니다. 가르치는 척하지 않고, 그냥 보여주는 것.
마당 한쪽에는 흙을 고르고 구근을 심어둔 자리가 있습니다. 나무 의자 하나가 그 옆에 놓여 있고, 작은 이름표들이 흙 위에 꽂혀 있습니다. 어떤 꽃이 피어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그 기다림 자체가 이미 하나의 시간입니다.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시간.

임실에서 보내는 시간은 무언가를 채우는 시간이 아닙니다. 오히려 비워내는 시간에 가깝습니다. 강아지와 함께 풀밭을 걷고, 연못 앞에서 잠시 멈추고, 흙 위에 앉아 햇볕을 받는 것. 그런 작고 소박한 순간들이 쌓여 하루가 됩니다. 그리고 그 하루는, 오래도록 마음속에 머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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